맛있는 요리/먹고 마시는 것들의 역사

토마토 보관법, 늑대의 복숭아라 불리운 토마토

율이파더 2021. 4. 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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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보관법, 늑대의 복숭아라 불리운 토마토

 

 

내 고향은 삼백의 고장 경북 상주다. 여기서 삼백이라함은 세가지의 하얀 것, 즉 쌀과 곶감, 그리고 누애이다. 지금은 이천이다 경주다 해서 쌀을 주 농산물로 밀고 있는 지자체가 많지만, 내가 어릴 적만 해도 경북 상주 쌀하면 맛이 좋기로 유명했다. 그리고 누애 또한 상주가 유명했었다. 그래서인지 상주에는 잠사농협이라는 곳도 있었다. 지금은 기후변화와 화학섬유의 등장으로 누애를 기르는 집이 거의 사라졌다. 곶감 역시 삼백 중의 하나인데 ‘왜 곶감이 하얀 색이야?’ 하며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 주황색의 이쁜 곶감을 선호하지만 예전엔 곶감에 하얀분이 펴야 맛있는 곶감이라고 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얀분이 핀곶감을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금의 주황색의 예쁜 곶감만 시중에서 볼 수 있지만, 사실 상주 사람들은 주황색의 예쁜 곶감보다 하얗게 분이 핀 곶감을 선호한다. 나역시도 하얗게 분이 핀 곶감이 아니면 먹지 않는다. 몸에는 하얗게 분이핀 곶감이 더 좋다고 한다.

이렇게 한때 높은 몸값을 자랑하던 삼백의 자취는 서서히 사라지고 그 자리를 다른 대체작물이 대신하게 되었다. 그중에 하나가 토마토이다. 토마토는 상주뿐 아니라 전국 비닐하우스에서 사시사철 많이 재배하는 작물이기도 하다.
토마토는 전국에서 7130ha에 이르는 면적에서 재배를 한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충남, 전남, 경북에서 많이 재배를 한다. 가히 국민과일? 채소라 할 수 있겠다. 토마토는 과일일까? 채소일까? 대부분 십중팔구 ‘채소’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그렇게 알고 있고 또 교과서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 과일과 채소를 구분짓는 여러 방법중 하나는 식사를 할때 요리의 재료로 사용되면 채소, 식사후 후식으로 활용되면 과일로 나누는 경우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 본다면 서양에서 토마토는 채소가 분명하다. 서양에서는 토마토를 생식하기 보단 요리의 재료로 많이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토마토를 요리재료보다는 생식으로 먹는 걸 선호한다. 주로 식사후나 평상시에 얇게 썰어서 설탕을 뿌려 먹는다. 그러고 보면 사실 먹거리의 분류는 그 지방의 생활방식이나 먹는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토마토의 공식적인 분류는 채소이다. 토마토가 채소냐 과일이냐를 놓고 벌어진 재판에서 ‘토마토는 채소다’ 라고 미국 연방대법원이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미국은 1887년 관세법을 제정하면서 수입과일과 채소에 관해 관세를 따로 매겼다. 과일에 대해서는 수입관세를 부과하지 않았지만 채소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게 했다.
수입채소에 관세를 매기겠다는 법이 발효되면서 토마토 수입업자들이 ‘토마토는 채소’라는데 반대했다. 이렇게 소송은 미국연방 대법원까지 가게 되었고, 연방대법원은 ‘토마토는 채소’ 라는 최종판결을 내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토마토 정체성의 문제는 채소로 굳혀지게 되었고 그렇게 우리나라의 교과서에도 채소로 실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토마토의 어원은 아즈텍 언어인 ‘토마틀’로 ‘늑대의 복숭아’라는 뜻이라고 한다. 즉 사람이 아닌 늑대들이나 동물들이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먹었던 열매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토마토가 아시아에 전해진 것은 16세기 당시 스페인 식민지였던 필리핀에서 처음 재배되었다고 한다. 미국에 전해진 것은 이보다 늦은 18세기데 전해졌다고 한다. 토마토가 처음 전해졌을 때는 독이들었다느니 최음제라느니 하는 유언비어가 돌아서 사람들에게서 외면 받았다고 한다. 그런 토마토가 지금은 건강식품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여름 한 철 잘 익은 토마토를 얇게 저민후 설탕을 뿌려 동생과 나누어 먹던 시절이 기억난다. 지금은 마트에 가면 싱싱한 토마토가 사시사철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즐겨먹지 않는 것을 보면 나이가 들면서 입맛도 변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먹거리가 많아진 것인지 모를 일이다. 곧 봄도 가고 토마토의 계절인 여름이 다가올 것이다. 여름의 제철 채소(과일)인 토마토, 올해는 많이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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