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요리/먹고 마시는 것들의 역사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 통조림

율이파더 2021. 3. 7.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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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승패를 좌우한 통조림

 

전쟁을 할 때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병사 수, 우수한 무기, 뛰어난 전략 전술, 유능한 참모진? 모두 아니다. 바로 군량이 원활히 보급되는 것이다. 아무리 강력한 군사들이라고 해도, 먹지 않고 어떻게 싸우겠는가.

“군대는 위(胃)를 가지고 싸운다.”

알렉산드로스, 카이사르, 나폴레옹 
서구의 3대 명장이라 불리우는 이 세 사람도 군량보급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항상 입에 달듯이 말을 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흔히 정신력으로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아무런 물질적인 조건 없이 정신력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거의 없다. 2차 대전 당시 일본 군대는 왜 패했을까? 바로 지나치게 정신력만 강조하다가 가장 중요한 군량 보급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1769년 코르시카 섬에서 태어난 나폴레옹은 프랑스혁명의 파도를 타고 승승장구했다. 스물네 살 되던 해인 1793년 툴롱 전투에서 영국 함대와 옹당파 반란군을 격퇴한 것을 시작으로 전승의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3년 후에는 이탈리아 원정에 나서 밀라노를 점령하고 오스트리아군을 무찌렀다. 1797년에는 오스트리아군의 완강한 저항을 제압하고 수도인 비엔나에 입성해 항복을 받아냈다. 연일 계속되는 승정 소식에 나폴레옹의 인기가 치솟자 기존의 통령정부는 그를 두려워하여 제거하려 하였다. 이 사실을 먼저 알아팬 나폴레옹은 급히 귀국했다. 그리고 1799년 11월 쿠데타를 일으켜 통령정부를 해산하고 자신이 새로운 통령이 되어 프랑스의 전권을 장악했다.

1804년 12월 나폴레옹은 인민투표를 통해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면서 마침내 황제 자리에 오른다. 나폴레옹이 황제의 자리에 앉자 주변나라들은 나폴레옹을 견제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지만 정작 나폴이 두려워 한 것은 주변국가들이 아니라 군량 보급이 잘 안 되는 상황이었다. 툴롱 전투를 끝내고 발령받은 북부 이탈리아 전선에 도착했을때 나폴레옹은 큰 충격을 받았다. 족히 절반이 넘는 병사들이 군복은 물론 군화마저 신지 못하고 거의 헐벗은 채로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또 먹을 것이 제대로 배급되지 않아 부대 인근의 민가에 쳐들어가 돼지나 닭 같은 가축들을 빼앗아야 할 정도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장군들은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호화로운 상을 차려 게걸스럽게 먹어댔지만 말이다.
이때 일을 기억하는 나폴레옹은 황제가 되자 마자 프랑스 전역에 오랫동안 음식물을 보관할 수 있는 용기를 만들라는 명룡을 내렸다. 그래서 나온 물건이 바로 병조림이었다. 니콜라 아페르가 고안한 병조림은 일단 유리병에 요리한 음식을 넣은 다음 코르크마개로 입구를 단단히 막은 후 뜨거운 물을 넣어 살균하는 방식이었다. 이 병조림으로 인해 프랑스군은 보급의 어려움을 걱정하지 않고 기동력을 발휘하여 유렵 전역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1805년 12월2일, 체코 동부의 아우스터리츠에서 벌인 전투에서 나폴레옹이 이끈 프랑스군(7만5천명)은 오스트리아와 러시아 두 나라의 황제가 직접 나와 지휘한 연합군(8만5천명)을 크게 무찔러 전 유럽을 놀라게 했다. 오스트리아와 러시아 두 나라에서는 1만 5천 명이 전사하고 1만 2천 명이 포로로 잡혔으며, 약 200문이나 되는 대포를 모두 프랑스에세 빼앗길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
프랑스군이 휴대하는 병조림은 확실히 식품을 오래 보관하는 데는 좋았지만, 유리로 만들어져 작은 충격에도 쉽게 깨졌다. 이런 결접을 보완하려고 영국에서는 고민 끝에 다른 대체품을 개발했다. 바로 철제 통조림이다.

철제 통조림의 탄생은 프랑스군의 병조림이 나온후 얼마지나지 않아 세상에 나오게 된다. 역시 필요에 의 한 발명은 급속히 이루어진다. 철제 통조림의 발명가는 영국의 피터 듀란이다.
그런데 통조림은 나왔지만 정박 그 통조림을 열 따개가 없었다. 그래서 초기의 통조림은 망치나 날카로운 끌 혹은 송곳으로 열어서 먹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예리한 통조림 뚜껑에 손을 베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통조림 따개는 1870년 미국에서 윌리엄 라이만이라는 사람이 개발했다. 그가 고안한 따개는 바퀴처럼 되어 있었는데, 통조림 뚜껑에 대고 돌려 나가면 예리한 칼날로 인해 뚜껑이 열리게 되어 있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통조림 따개가 사용되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통조림 윗부분을 미리 살짝 잘라 놓고 따개를 붙여놓은 원터치 캔이 나와 점점 따개를 사용할 일이 적어지고 있다.

이렇게 통조림 역시 사람끼리 죽고 죽이는 살육의 전쟁중에 발명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통조림을 발명한 사람들은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란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자신도 알지 못 했던 숨은 재능을 발견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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